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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a special day

It's your special day (side.Y) - (2013) 

(side.G)

↑이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걸음을 멈추면 뒤 따르던 발자국 소리도 약속이나 한 듯 함께 끊겼다. 등 뒤에 눈이 달리진 않았지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고쿠데라의 뒤를 따라오고 있는 몇 명의 존재를. 아무리 봐도 어떤 조직의 움직임 같은데 처신이 영 허술했다. 재미없고 시시해서 눈썹을 잔뜩 찡그린 채로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손가락만 한 휴대용 폭탄이 하나, 아니 두 개 정도 들어있었다. 이걸 사용하면 적당히 시선은 돌릴 수 있을 터였다.

 

“좋은 말로 할 때 꺼지는 게 좋을 텐데.”

 

은근슬쩍 떠보는 말에도 전혀 반응이 없다. 그러다 다시 한 번 발을 떼면 또 똑같이 발자국 소리가 그를 따랐다. 슬금슬금 짜증이 났다. 꼭 요란스레 잔치를 벌려야 떨어져 나가는 잔챙이들이 고쿠데라의 주변엔 늘 있었다. 어디서 어떻게 알고 온 녀석들인지 모르겠지만 병원 갈 준비나 해라. 그는 잠시 걸음을 늦췄다가 저만치 앞에 보이는 모퉁이를 향해 전력질주 하기 시작했다. 오냐. 그럴 줄 알았다. 덩달아 빨라지는 등 뒤의 발소리를 들으며 그는 씨익 웃었다. 뒤돌아 손가락을 튕겨 폭탄을 던진 다음 모퉁이를 끼고 벽 너머로 몸을 숨긴다. 이내 커다란 폭음과 함께 단말마같은 비명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래서, 어디서 온 녀석들인지 말해 봐.”

 

쓰러져 있는 녀석 중 한 놈의 멱살을 잡고 고쿠데라는 조용히 말했다. 최근 들어 유난히 미행이 많았다. 아무래도 조직 하나가 유독 자신을 노린다는 사실이 분명했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인지를 알아야지. 헤집어 놓은 패밀리가 한두 군데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양복쟁이 사내들의 정체가 조금 궁금해졌다. 정신이 반쯤 나간 상대는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뭔가를 중얼거렸다. 안 들려서 더 세게 멱살을 쥐자 두 단어만 간신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샤멀과 패밀리. 적이 아니라 동지였다.

 

 

 

*

 

 

 

“전화를 하면 되잖아. 굳이 그렇게 사람을 부려먹어야 돼? 멀쩡한 놈들만 반 죽여 놨다고.”

-전화로 말해봐야 안 들어 먹을게 뻔하니까 데려오라고 했지. 그런데 실패했나보군.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는 언제 들어도 은근히 약이 오른다. 그래서 용건만 말해. 고쿠데라가 말을 끊자 그의 말속에 빙글빙글 웃음이 섞인다. 조금 전보다 세 배는 더 약이 올랐다.

 

-슬슬 돌아오지 그래?

“어딜.”

-어디긴 어디야. 네 고향 이탈리아지.

“뜬금없이 무슨 헛소리야. 십대째가 여기에 버젓이 살아계시는데.”

-본부에서 네 머리가 간절히 필요하다고 하는데 어쩌겠냐. 거기다 이미 그쪽에서의 임무는 끝났잖아. 네가 말하는 십대째는 당분간 마피아 할 생각이 없어 뵈는데. 안그래?

 

틀린 말이 아니었다. 고쿠데라가 십대째라고 모시는 사와다는 당분간 마피아 수업이 중지된 상태였다. 그가 성인이 될 때까지. 남은 3년은 사와다의 대리로 샤멀과 아르꼬발레노가 계승자 대리 본부를 만들어 운영 중인데 아무래도 쪽수가 부족한 모양이었다. 중심이 제대로 서지 않은 조직이라니. 착잡하지만 현실이었다. 샤멀의 말대로 그는 애초에 이곳을 떠나 이탈리아로 돌아가야 했었다.

 

-네가 일해야 할 장소는 이제 그쪽이 아니란 말이지. 본격적으로 업무도 배워야 하니까 슬슬 정리해라.

“싫다면?”

-허이구, 또 쓸데없이 고집부리네. 거기 숨겨둔 보물이라도 있냐?

“그런 거 없거든!”

-설마 그 야구소년 때문인가?

 

그 순간 대화가 갑자기 끊기고 말았다. 고쿠데라가 할 말을 잃고 침묵하자 큰 웃음소리가 수화기를 뚫고 흘러나왔다.

 

“거, 거기서 그 녀석 얘기가 왜 나와!”

-어휴 맞구만. 아가야. 너 언제 철들래….

 

그러니까 네가 아직 애기 소리 듣는 거라며 끝도 없이 놀리는 샤멀에게 그는 대꾸 할 수 없었다. 아니라고, 그런 녀석 때문에 이곳에 남아있을 리가 없지 않느냐고 얼마든지 말할 수 있었지만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다만 샤멀의 계속되는 놀림에 그저 고쿠데라는 시끄럽다고 바락바락 악만 쓸 뿐이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는 어쩔 수 없이 샤멀이 말한 그가, 야마모토의 얼굴이 자꾸만 선명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

 

 

 

돌아간다고.

통화를 끝낸 후에도 그는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래 언젠가는 그런 때가 오겠거니 했다. 이곳 나미모리에서 생활한 지도 이미 1년이 훌쩍 지나가 2년을 바라보고 있다. 시간은 자꾸 흐르고 몸도 생각도 예전보다는 훨씬 자랐다. 남들이 보기엔 고작 이정도라고 여길지 모르겠지만 고쿠데라 자신은 꽤나 어른이 되었다고 확신했다. 예전보다 화를 덜 낼 수 있게 되었으며 자신의 몸도 어느 정도 지킬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 거기다 그 동안 몰랐던 감정들도 알게 되었다. 타인을 한 번 더 생각하는 마음. 누군가를 지켜주고 싶다는 마음. 말 한마디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간지럽고 가슴 뜨거워지는 감정. 이런 것들을.

 

주머니속에 하나 남은 폭탄을 손바닥 위에 놓고 슬슬 굴려가며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꺼내 보았다. 통화 목록의 가장 윗줄엔 야마모토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어느 새 언제든 휴대폰의 가장 윗줄은 그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게 언제부터였더라. 까마득한 오래된 일임을 깨닫고 나자 피식 웃음이 났다. 평화로운 나미모리 마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이 세계에 너무 물들어버린 탓이겠지. 샤멀이 했던 말이 자꾸만 떠나질 않고 끝없이 반복되기만 한다. 너 언제 철들래. 하긴 이미 한참 전에 어른이 된 그가 봤을 때 고쿠데라 자신은 아직 새파란 어린애임이 분명했다. 그래도 이제 더 이상 애라고 놀림 당하기는 싫었다. 그러니까 이젠 더더욱 어른이 되어야만 한다. 설령 하고 싶은 일이 있더라도 참을 줄 아는 그런 어른.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거짓말처럼 휴대폰이 울렸다. 꼭 좋든 싫든 그의 생각을 하고 있으면 이렇게 전화가 온다. 받자마자 들려오는 밝고 경쾌한 야마모토의 말투가 그래도 조금은 반갑다.

 

“고쿠데라! 나 지금 너희 집 앞이야!”

 

그래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그 밝고 선명한 긍정만을 담고 있는 야마모토의 목소리에 이미 깊이 빠져버렸기 때문에.

 

 

 

“나 왔어!”

 

문이 열리자마자 꼭 커다란 개처럼 달려드는 그의 모습도 이젠 익숙할 만큼 익숙해졌다. 고쿠데라는 대답대신 가만히 그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가슴에 이마를 묻었다. 이렇게만 해도 야마모토는 금방 눈치 챈다. 평소의 고쿠데라라면 분명히 한 번은 그를 밀어냈을 텐데 오늘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무슨 일이야? 하고 묻지도 않고 야마모토는 그가 기대는 대로 꼭 안아서 토닥토닥 등을 두드려준다. 그 따뜻하고 부드러운 손길에 일단은 안심이 되었다. 말로 다 할 수는 없지만 언제나 다정한 녀석. 고쿠데라는 그 순간 뜨거워진 두 뺨이 절대 붉어지지 않기를 바랐다. 야마모토가 그 얼굴을 눈치 채면 싫다. 그래서 절대 고개를 들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야구부 연습 끝났는데 아무래도 보고 싶어서. 하고 싶은 말도 있고.”

“하고 싶은 말이라면 전화로 해도 되잖아.”

“하하…. 그렇긴 하지만.”

 

눈을 감고 조근조근 말을 이어나가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있자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얼굴을 보고 말하는 게 좋다든지, 왠지 끌어안고 있어야 마음이 편해진다든지. 그냥 들으면 얼굴이 터질 것 같은 부끄러운 말을 어쩜 이리도 아무렇지도 않게 떠들 수 있는지 고쿠데라는 새삼 궁금했다. 그는 말을 하는 내내 고쿠데라를 놓지 않고 여전히 끌어안은 채였다. 점점 더 맞닿은 몸에서 열이 올랐다.

 

“그래서 듣고 있지? 내일 꼭 우리 집에 놀러 와야 돼!”

“알았으니까 이제 이거 좀 놓고 말해, 덥단말이… 내일?”

 

크게 고개를 끄덕거리는 그에게서 떨어져 눈을 마주한다. 시선이 얽히자마자 야마모토는 덥썩 고쿠데라의 손을 붙잡고선 있는 대로 눈꼬리를 휘어뜨렸다. 실없어 보이기도 한 웃음이 이젠 그리 싫지만은 않아 신기하다.

 

“응! 내일은 특별한 날이니까. 꼭 와야 돼. 기다리고 있을게.”

 

그 순간 샤멀의 했던 말과 내일이 무슨 날인지 하는 의문과 야마모토의 꿍꿍이가 무엇인지 하는 점들이 속에서 엉성하게 뒤섞이기 시작했다. 내일이 무슨 날이지. 다만 9월 중 한날, 그냥 그저 그런 평범한 날이고 마침 아까 샤멀이 맡긴 별거 아닌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날이기도 하다. 거기에 야마모토가 말한 일정을 끼워 맞출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차마 거절은 못했다. 이제 그의 말을 거절하는 것조차 쉽게 되지 않다니. 고쿠데라 하야토. 언제 이렇게까지 물렁한 인간이 됐냐. 이젠 웃음도 나질 않는다.

 

“야, 바보.”

“에이. 이제 바보라고 안하기로 했으면서.”

“됐거든. 묻는 말에나 대답해.”

“좋아. 뭔데?”

“만약….”

 

반짝반짝. 야마모토의 기대감에 찬 눈빛이 부담스러울 만큼 빛이 나고 있었다. 너 임마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서 그렇게 기대하냐? 고쿠데라는 말을 하려다 이내 입을 다물었다. 막상 물어보려던 질문은 왠지 섣불리 꺼내서는 안 될 말 같았다. 그래도, 한번쯤은 운을 띄워줘야 이 녀석도 마음의 준비를 하겠지. 잠시 입술을 깨물던 고쿠데라가 고개를 들어 다시 그와 눈을 마주했다. 뺨은 아직 붉어진 그대로였다.

 

“넌 내가 없다고 해도 잘 지낼 수 있겠지.”

 

역시 말하지 말걸 그랬나보다. 말을 꺼내놓은 그 순간부터 야마모토의 눈가가 점점 젖어가는 게 보였으니까. 당황스러웠지만 애써 태연한 척이라도 해본다.

 

“왜 갑자기 그런말을 해.”

“그렇다고 진짜로 우냐.”

“상상하니까 그렇게 되는데 어떡하라고.”

 

주륵. 결국 야마모토의 볼에 물기 한줄기 서렸다. 쯧쯧 혀를 차며 손등으로 그의 볼을 훑어낸다. 언제 그랬냐는 듯 또 헤벌쭉 웃는 야마모토에게 뭐라고 말을 붙여야 될지 모르겠다. 어쨌든 어떤 형식으로든 우린 헤어지게 되어있어. 그러니까 받아들여, 조금이라도 빨리. 그렇게 말하면 이 녀석은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얼굴을 하든 이젠 그 얼굴을 받아들이기도 쉽지 않겠지. 어쩐지 씁쓸해졌다. 이 녀석도 자신도 이렇게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물들어버렸다는 사실이. 경계심 따위는 이미 개한테 줘버렸고 몸은 헤이해질 대로 헤이해져가지고는. 잇새로 칫 하고 한숨이 튀어나왔다. 다시 생각해보자. 고쿠데라는 한 번 더 되뇌었다. 자신이 마피아란 사실을 한 번 더 머릿속에 그려 넣었다. 샤멀이 말했던 약속장소는 내일 오후 여섯시. 나미모리 마을의 가상 구석진 공원 안쪽이다.

 

“여섯시쯤 간다고 생각해. 늦을 수도 있으니 기다리지 마.”

 

 

 

*

 

 

 

고쿠데라는 알고 있었다. 샤멀이 말한 임무란 그가 보낸 남자들을 따라 이탈리아로 돌아오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이곳에 왔을 땐 몸뿐이었다. 돌아간다 해도 그의 손에 들어왔던 모든 것들은 두고 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딱 하나. 어떤 식으로든 고쿠데라의 머리에, 가슴속에, 손 안에 두고두고 걸릴 존재가 하나 있었다.

 

“야마모토.”

 

보통 때라면 그의 이름을 부르는 법이 없다. 항상 그 녀석, 야, 아니면 바보. 이젠 그의 이름이 야마모토가 아니라 바보인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렇게만 불렀으니까. 이젠 이름을 부르면 더 생소하고 이상하다. 역시 바보가 편해. 그는 쓰게 웃었다.

 

공원 안은 한적했다. 애초에 인적이 드문 곳인데다 오랜 시간 보수를 하지 않아 공원보다는 공사장에 가까운 곳이다. 쭈그리고 앉아 한동안 연못이 되려다 만 웅덩이를 가만히 보고 있었다. 구정물에 비치는 얼굴이 평소보다 못 생겨 보인다. 그렇게 찡그리고 있으면 못 생겨 보인다고 말하던 야마모토의 말이 떠올랐다. 진짜 그래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 즈음 인기척이 느껴졌다. 샤멀이 보낸 자들이 분명했다.

 

“고쿠데라님. 모시러 왔습니다.”

 

어제 만났던 자들보다는 훨씬 깍듯이 인사를 하는 양복 입은 사나이들을 눈으로 훑었다. 훨씬 강해 보인다. 숫자도 어제보다 많다. 얌전히 따라가느냐, 한바탕 일을 치르고 뻐팅기느냐. 이제 결정해야 할 때였다.

 

“만약에 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거지?”

“억지로라도 모시고 갈 생각입니다.”

 

상대가 웃는다.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얕보나 싶었다. 그러나 그들은 끝까지 예의는 지켰다. 그것도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주머니엔 어제 쓰고 남은 폭탄이 하나 남아있었다. 고쿠데라는 그건 쓰지 않기로 했다. 쓰고 나면 어쩐지 다시는 이곳에 발을 디딜 수 없을 것 같아서.

 

상대는 총을 들고 있었다. 어차피 쏘지 않을 건 알지만 그래도 일단 몸은 사려야겠다. 고쿠데라는 천천히 그들을 따라 나섰다. 앞서 걸으라고 손짓하는 그들에게 고개를 저었다. 따라갈 테니까 먼저 가라고.

 

어디서 들어봤던 익숙한 말이다. 누군가 곧잘 했던 말이기도 하다. 문득 1년 전 그 시절의 전투가 떠올랐다. 아, 생각났다. 그건 야마모토가 했던 말이었다. 상냥함과 다정함이 몸에 배어있는 그가 고쿠데라와 짝을 지어 임무를 수행할 때의 일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강한 적을 남겨두고 먼저 가라고 말했던 그가, 정말로 바보 같았던 소리를 그 바보가 했었단 말이다. 역시 어쩔 수 없는 바보야. 중얼거리자 잘 차려입고 앞서 걷던 양복쟁이들이 흘끔 뒤돌아보았다. 고쿠데라는 재빨리 걷던 반대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당황해서 뒤따라오는 그들을 보니 또 하나 생각났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생각난 거다. 학교에서 친구들이 지나가는 말로 했던 날짜가. 9일이랬지. 그래 오늘은 특별한 날이 맞다. 고쿠데라 자신은 그다지 특별한 날이라 여긴 적이 없었지만. 유독 그 바보녀석 만큼은 반드시 특별한 날이라고 말했지.

 

있잖아, 고쿠데라. 생일은 특별한 날이잖아. 특별한 날 만큼이나 너도 특별하고 소중해. 알았지?

 

그런 실없는 소리나 하는 녀석이다. 야마모토는.

그런 바보를 여기다 두고 갈 수는 없다. 그러니까.

 

휴대폰이 올렸다. 약속시간은 여섯시. 이미 그 시간은 지나 있었다. 바보야. 이거 다 처리하고 너한테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라고. 아마 못 참고 찾아 나설 확률이 더 높긴 하지만 그래도 기다리란 말이다.

 

고쿠데라의 손길이 바빠졌다. 조금 버겁더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을 처리 해야만 샤멀에게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다. 좀 더 여기에 머물 거라고. 시간을 달라고.

 

 

 

 

*

 

 

 

“거봐. 이럴 줄 알았어.”

 

이번 상대는 만만치 않았다. 실력자들을 엄선한 모양이었다. 고쿠데라는 여기저기 쓰러져 꿈틀거리는 무리들을 힐끔 훑어보며 한숨을 쉬었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마피아로서의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 가끔 본부에서 이렇게 사람을 보낸다. 평화롭기만 하면 무뎌지기 마련이다. 그런 걸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미션이었다.

 

멀리서 허둥지둥 달려오는 바보 녀석이 언뜻 보였다. 고쿠데라는 여유롭게 등을 돌려 이미 반쯤은 기절한 무리들에게 조용히 중얼거렸다. 샤멀에게 전해. 당분간은 돌아갈 생각이 없다고. 아마 고쿠데라의 생각은 샤멀도 이미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확실히 말해 두는 게 좋을 것 같았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에게 다가온 야마모토가 숨을 몰아쉬며 잔뜩 걱정섞인 목소리로 말해왔다. 괜찮아? 어디 다친 덴 없어? 빨리도 찾아왔다며 고쿠데라가 피식 웃었다. 그래, 아직은. 이 순진하고 바보 같기만 한 녀석의 곁에 좀 더 머물러 있고 싶었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니까. 오늘만큼은.

俺達のJoy - 山本武/獄寺隼人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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